내 삶의 조각들

우리 엄마

꿈꾸는도토리 2013. 9. 24. 10:39

우리 엄마  

 

 

 

간장, 고추장, 된장, 수수빗자루

보리쌀, 콩, 수수를 함지에 눌러담고

새벽길을 걸어

30리도 넘는 후포항구로 팔러갔더란다.

 

아직 점심도 못먹었는데

짧은 겨울해는 긴 그림자를 앞세우며

하루를 재촉하더란다.

 

무게에 눌려 자라가 된 목을 하고도

집집마다 다녀도 다 못팔아

찬 바닷바람을 안고 거일까지 갔더란다.

 

그곳까지 갔으면

걸었던 길이 적어도 오십리는 되었을터

점심거른 허기진 배로

되돌아 오는 길은

갔던 길의 두 배는 넘었으리라

 

그 고단했던 길을

큰 아들의 검정색 세단에 앉아

소풍삼아 넘어보니

옛모습은 기억에만 남아 있단다.

 

바라보기만 해도 바스라져 버릴 것 같은

37kg의 애련한 여인

내 어머니

전종숙여사

 

 

 

 

 

2013. 9. 21

 

 

 

 

 

엄마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잠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잘, 내 유년의 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