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조각들
코스모스
꿈꾸는도토리
2014. 8. 12. 10:30
코스모스
밀짚모자 뒤로보이는
산모퉁이를 돌아 몇 십미터
다시 얕트막한 산자락을 몇 걸음 올라가면
지붕에 잔디를 이은
엄마의 황토집이 있습니다.
49일전
이곳으로 이사하셨던 그날부터
엄마는 우렁각시처럼
밤에 몰래 황토집을 빠져나와
너부내 그랑물을 길어나르며
"어서어서 자라거라."
코스모스를 재촉했을테지요.
49일이 지나는 오늘을 손꼽고 계시다가
화들짝 코스모스들을 꽃피우셨겠지요.
꽃밭 한가운데에다가
사진놀이를 좋아하는
셋째딸 복이를 세워놓고
“자, 활짝 웃거라! 하나...., 두..울....., 셋....! ”
카메라의 셔트를 누르셨을테지요.
복이는
붉어진 눈두덩을 밀어 올리며
엄마의 주문대로
코스모스처럼 활짝 웃어드렸겠지요.
엄마는
다음 방문때까지
'꽃밭속의 복이'를 품고 계시겠지요.
엄마산소에서 한바탕 신나게 울고 내려오니
엄마가 꽃피웠을지도 모를
철이른 코스모스가 지천이었습니다.
퉁퉁부은 눈을 하고 억지로 활짝 웃었드랬습니다.
2014. 07. 13 엄마 가신지 49일째 되던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