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조각들

비내리는 날의 수채화

꿈꾸는도토리 2013. 7. 8. 09:12

 

2013년 7월 4일

 

 

 

장맛비 내리는 목요일 저녁,

지하철 캐노피를 뚫고 올라오자

작은 마티즈도, 커튼가게도

그리고 50% 세일을 알리느라 펄럭이던 만국기도,

세상이 온통 장맛비에 후줄근히 젖어있다.

 

 

비 탓인가?

‘비처럼음악처럼’ 나도 젖어

김광석 거리를 찾았다.

 

내 젖은 마음과는 아랑곳없이

시장통 방앗간에 모여 앉은 할머니들의 수다가

연탄불 위에서 방금 부쳐낸 파전처럼 바삭하다.

 

 

비에 젖은 김광석 거리에

비에 젖은 팬이 그를 추억하고 있다.

 

 

그녀도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멀어져 가는 하루가 서럽고,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그 빛나던 청춘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음이 안타까워

비 내리는 이 거리를 찾았을까?

 

 

 

나는 김광석과 김현식을 혼돈할 때가 많다.

‘비처럼 음악처럼’은 김광석의 노래가 아니라 김현식의 노래다.

혼돈하는 것이 어디 그 뿐이랴.

세상살이 모두가 혼돈의 연속인 것을.....

 

 

나는 비에 젖은 여자분을 카메라에 담아 줬고

그녀 역시 똑같이 나를 담아 주었다.

그녀는 나에게

"자, 웃으세요.... 하나.....둘.....셋....!!"

 

 

새로 설치된 파고라 위에서 꽃을 피우려던 능소화가

내리는 장맛비에 황급히 입을 다물어 버렸고

 

 

주차금지 구역에 레카차가 대기중이다.

사고를 조심하라 경고하는 것일까?

사고가 나기를 기다리는 것일까?

 

 

신천은 비릿한 물비린내를 풍기며 흐른다.

소리도 웅장한 것이 폭포같다.

 

 

비내리는 날의 무지개 다리가 운치를 더해 주고

풍경은 비처럼 음악처럼 흐른다.

 

 

수성교 아래는 어른들이 우산을 뒤집어 놓고

돛단배 놀이를 하고 있다.

 

 

비에 젖은 돌길이 미끄러워

다시 포장길을 걷는다.

 

 

이 장맛비에도 사람들은 운동에 목숨을 건다.

우산을 받쳐든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수한 동그라미들을

징금다리로 건너 격자무늬의 집으로 들어갈테고,

 

 

파고라 아래에서 입맞추던 솜털 보송한 저 어린 연인들도

이제 집으로 돌아가겠지.

 

 

돌아갈 집이 없는 금계국이

장맛비에 함초롬히 젖고 있다.

 

햇빛결핍증이 도진단 말이야.............힝...

 

 

징금다리 건너 아파트옆에

보이지 않던 요양병원이 들어 서 있다.

참좋은요양병원?

우리 엄마가 계시는 포항 그곳 이름도

“참좋은요양병원”인데

엄마가 보고싶잖아.

이름은 왜 또 똑같아 가지고.......

.....힝.........

 

 

2013.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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